해인사 벽화

본문 바로가기


법보종찰 해인사

해인사 벽화

해인사 벽화

환적대사


해인사벽화

환적(幻寂)스님께서는 평시에 호랑이를 타고 가야산 숲속을 누비셨다.
하루는 밖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시면서, 시자인 동자와 호랑이에게,
「동자야, 산문 밖에 볼 일이 좀 있어 내려갔다 올터이니 너희들 서로 사이좋게 놀아라.」라고 이르셨다. 스님께서는 곧 떠나셨다.
동자와 호랑이는 스님께서 출타하시자 마치 제세상이라도 만난 듯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신나게 어울려 놀았다.
어느덧 해가 서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둘은 배가 고픈 것을 느꼈다. 너무 정신없이 놀다보니 밥 때도 놓친 것이다.
스님께서는 아직 아니 오시고 저희들끼리 밥을 지어 먹기로 하고 동자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밥도 짓고 국도 끓이고 반찬을 만든다, 뭣을 한다. 한참 부산을 떨다보니, 그만 동자는 자기 손가락 중에 하나를 칼에 베어 버렸다.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굉장히 아팠지만 그 경황중에도 동자는 친구인 호랑이를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배가 고픈데 저놈은 몸집도 크니 오죽 배가 고플까, 하고 자기 손가락의 피가 그만 헛되이 흐르는 것이 아까와 친구인 호랑이의 입에 떨구워줬다.
호랑이에겐 참으로 감로수가 아닐 수 없었다.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이렇게 사람의 피가 맛있는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조금 마시고 있다보니 배가 고픈데다가 호랑이는 그만 자기 본래의 동물적 습성이 발동하는 것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서로가 친구인 것을 까맣게 잊은 것이다.
그 자리에서 동자를 몽땅 먹어 치워 버렸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바닥이 나고, 그야말로 누가 올까 무서웠던 것이다.
실로 눈깜짝 할 사이었다.
다 먹어치우고 나서 꺼억, 어참 요렇게 맛있는 건 첨이다, 하고 트림을 하며 잇빨을 쑤시다보니, 어허, 나 혼자만 먹다니, 동자는 어디 갔는가, 하고 두리번거리는 거와 동시에 아차, 그제서야 호랑이는 제정신을 차렸다.

아이고 이거 내가 동자를 먹어버렸잖아. 크, 큰일났구나.
당장 간이 콩알만해지고 스님의 불호령 같은 얼굴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으나, 이미 때는 늦은 것이었다.
이, 이일을 어쩌나.
호랑이는 먹은 것이 당장 소화가 안되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 식후 연초가 또한 꿀맛이란 걸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도무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입안이 소태처럼 썼다.
사지에 힘이 쭉 빠지고 어깨가 축 늘어지는 것이 더 이상 주눅이 들 수 없이 들어 백수의 왕인 호랑이의 체면이 말씀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달아날 수도 없었다.
어느 산촌 어느 골짜기 굴속에 꼬옥꼭 숨어도 스님은 단번에 찾아낼 것이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만큼 호랑이는 스님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침내 별이 총총한 밤에 스님께서 돌아오셨다.
스님께선 이내 모든 사실을 알아 차리셨다.
즉시에 스님의 주장자가 불호령과 함께 번쩍였다. 뒷다리 하나가 그대로 부러져 나갔다.
아주 생명을 끊어버릴까 하다가, 에라 이왕지사 한 목숨은 죽은 것이고, 네놈도 중생인 것은 마찬가지이니, 그대로 병신인 채로 살되, 다시는 내 눈 앞에 얼쩡거리지 말라 하고 놈을 가야산 밖으로 쫓아 버렸다.
그뒤부터 가야산에서는 호랑이의 씨가 말랐으며 자연 호식(虎食)이란 말도 없어지게 되었다 한다.
스님은 조선시대 사람으로 1603년에 태어나셔서 11세에 속리산 복천암에서 출가하셨다
1690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입적하시니 세수 88이었다.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TEL : 055-934-3000     FAX : 055-934-3010
Copyright 2015 HAEINS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