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게 물든 법보종찰 해인사.
법보전 앞마당에서 팔만대장경에 담긴 호국정신과 국운융창, 국가와 세계의 안녕을 기원하는 스님들의 '사천왕품' 합송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합송이 끝나자 8만4천 법문이 담겨 있는 장경판전에서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의 뒤를 이어 대중 스님들이 따릅니다.
고려시대 외세의 침입으로 불안정한 나라를 대장경 판각을 통해 국민의 의지를 한곳으로 모으고, 부처님 힘으로 국난을 벗어나고자 했던 것처럼 전쟁과 질병, 가난이라는 삼재를 소멸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어 장경판전에서 나온 스님들과 신도들은 반야심경이 새겨진 대장경판을 머리에 이고 해인사 경내 법성게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발길을 옮깁니다.
법보종찰 해인사가 올해로 60회를 맞은 고려팔만대장경의 날 기념법회를 우리 사회의 화합과 평화 발원은 물론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국민성원 기도법회로 승화시켜 지난 11일 봉행했습니다.
현응스님 / 해인사 주지
(고려팔만대장경의 날 기념법회는 바로 이러한 팔만대장경의 정신과 대장경을 조성했던 뜻을 기림으로써 전쟁, 질병, 가난 등이 이 시대의 모든 재난을 극복해 국민이 화합하고 세상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특히 올해의 기념법회는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사태의 조속한 종식, 그리고 국가사회의 안녕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날 대적광전에서 팔만대장경을 봉찬하는 법요식과 함께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하고, 코로나19와 같이 우리 세계가 직면한 재난을 극복하기를 기원하는 호국금광명경 합송법회를 봉행했습니다.
이어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을 조성하고 수호한 13명의 대공덕주를 추모하고 꽃과 향을 올리는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 주지 현응스님을 비롯해 사중 스님들과 신도 대표만 참석해 팔만대장경에 담겨있는 소중한 뜻과 선조들의 정성을 기렸습니다.
원행스님 / 조계종 총무원장
(세상은 이기심으로 늘 다툼의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동시에 협력과 상생을 추구하는 평화의 역사도 함께해 왔습니다. 다툼의 역사로 인해 인류는 공멸로 나아갔지만 또한 상생의 역사로 인해 평화와 번영을 이어온 것이 이 세상의 실상입니다. 우리 다함께 평화의 길로 가십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팔만대장경의 경판을 머리에 이는 정대불사는 2016년 5월부터 '해인사 고려팔만대장경의 날 기념법회'로 이름을 바꿔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난을 극복하고 지역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의미를 담아 더욱 특별했습니다.
원각스님 / 해인사 방장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회적 불신입니다. 이는 서로를 원망하고 기피하면서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비심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사부대중들은 사회적 거리는 넓게 하는 비심과 함께 심리적 거리는 더욱 줄여가는 자비심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어려울수록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것이 인드라망 그물처럼 관계로 이뤄진 연기세상의 복원을 위한 출발인 까닭(입니다.))
해인사 고려팔만대장경의 날 기념법회는 BTN불교TV를 통해 4월 20일 오후 3시, 22일 오후 4시, 26일 오후 7시에 방송됩니다.
BTN 뉴스 엄 창 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