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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해인사·봉선사 우리말 의례의식 전격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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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1-29 21:25 조회4,3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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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봉선사 우리말 의례의식 전격 시행
  

 

  

교구본사 차원으론 선구적 변화 
예불·축원·천도재도 우리말 사용 
큰 사찰서는 여전히 한문 방식 
“의례한글화 불교 대중화 초석”

부처님 가르침을 쉽고 바르게 전달하기 위한 조계종의 경전·의례의식의 한글화사업이 10년을 맞이하면서 전통을 고수해온 천년고찰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해인사, 봉선사 등 일부 교구본사에서 조석예불과 사시 불공뿐 아니라 천도재까지 의례의식을 우리말로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2교구본사 해인사는 지난해 예불과 법회는 물론 천도재와 제사까지 모든 의식을 우리말로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현재 해인사에는 ‘반야심경’을 비롯해 칠정례와 ‘천수경', 축원 등을 조계종 의례위원회에서 제정한 우리말 표준본을 사용하고 있다.

변화는 지난해 전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다. 현응 스님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교육원장 소임을 맡아 ‘도제식 교육’이던 조계종 승려교육을 공교육 체제로 개편하고, 전통교육과정을 한글화시키는 등 승가교육의 개혁과 현대화를 이끌었다. 특히 승가기본교육에 한글염불교육을 포함시키고, 승가고시에 반영하는 등 사찰 의례의식의 한글화 정착에 기여했다. 이에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이 해인사 새 주지에 현응 스님을 추천하면서부터 해인사 의례의식에 대한 큰 변화가 예상됐다. 

이와 관련 해인사 기획국장 서봉 스님은 “교육원장을 역임한 주지스님의 원력과 해인사를 찾는 불자와 시민들을 위해 한글을 사용해도 좋다는 산중 어른스님들과 임회의 동의를 얻어 의식 전체를 우리말로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11월 일타 스님 제사를 시작으로 문도회와 종사영반을 한글로 작성해 모시고 있다. 혜암, 법전, 지관 스님의 제사가 우리말로 봉행됐고 자운 스님 제사도 우리말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매월 세 번째 토요일 교구 대중들이 모여 동국역경원에서 번역한 한글경전을 2시간 동안 합송하는 법회를 갖는 등 경전과 의례의식의 한글화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전통이 잊히는 것을 걱정하는 일부 어른스님들의 우려도 있지만 불자는 물론 스님들의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우리말로 진행하는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법회 현장.
우리말로 진행하는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법회 현장. 봉선사 제공
 

해인사와 더불어 25교구본사 봉선사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0월 봉선사 주지로 취임한 초격 스님은 예불과 불공, 천도의례, 경전 등을 수록한 ‘봉선사법요집’을 기존 한문본에 한글본을 더해 새로 편찬하며, 의례의식을 우리말로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봉선사는 예불과 불공은 물론 천도재 및 각 재일 등에 사용되는 의례 및 경전을 모두 우리말로 봉행하고 있다.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은 “봉선사는 교종본찰이자 역경도량이며 과거 운허 스님부터 현재 월운 스님까지 한글대장경을 완역한 분들이 주석한 곳으로서 의례의식의 우리말 봉행 결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시대에 맞게 포교방법도 바뀌어야 하고 큰법당과 주련도 모두 한글로 모신 곳이기에 사중에서도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불자들도 이해하기 쉽다고 적극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조계종은 부처님 가르침을 쉽고 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2009년 의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찰 안팎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반야심경’과 ‘천수경’ 등에 대한 한글화 작업에 들어갔다. 2011년 ‘반야심경’을 시작으로 2012년 ‘천수경’ 및 칠정례, 2013년 신중예경, 종성, 삼귀의, 사홍서원 등의 우리말 표준본을 공표했다. 이어 2016년에는 행선축원과 신중예경, 아침저녁 종송 등의 의례를 한글로 번역한 종단표준의례의식안이 중앙종회를 통과해 공포됐다.

이에 발맞춰 조계종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 불교계 공식행사에서는 ‘한글반야심경’이 봉독되고 일선 사찰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교구본사를 비롯해 전통사찰과 큰 사찰에서는 아직 우리말 의례의식의 활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사중 어른스님과 노보살 등 기존 의례의식에 익숙한 구성원들의 반대가 주된 이유다.


교육부장 진광 스님은 “2011년 한글염불의례교육에 관한 령이 공포된 후 승가기본교육에 한글염불의례가 의무화됐지만 전통을 이유로 한문식 의례의식을 고수하는 곳이 더 많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불교의식의 한글화가 불교대중화의 초석”이라며 “해인사와 봉선사에서 시작된 변화가 긍정적인 전기로 작용해 경전·의례의식의 한글화가 확산되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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