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020 사천에어쇼’서
공군 상징, '빨간마후라'의 효시
북한과의 전쟁이 한창이었던 1951년 8월 한국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제10전투비행전대장 故김영환(1921~1954) 대령은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당시 북한군과 무장공비가 지리산·가야산 일대를 무대로 게릴라 활동을 벌이자 이들을 소탕하란 작전이었다. 하지만 김 대령은 어차피 북한군과 무장공비가 한 달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공격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고,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대웅전인 대적광전 등 국보급 문화재는 소실 위기를 면했다.
김 대령은 이후 미군 고문관이 주재한 군법회의에 불려나가 “팔만대장경을 지키기 위해 철수했다”고 당당히 항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54년 초 김 대령은 준장으로 진급했으나 그 해 동해안 상공에서 실종했다. 김 장군은 전투기 탑승 때 빨간 머플러를 매고 다녔는데 이것이 널리 유행하면서 공군 조종사의 상징이 됐다. 오는 10월 22일부터 나흘간 경남 사천시 사천비행장 일원에서 열리는 ‘공군과 함께하는 2020 사천에어쇼’에선 이 같은 상황을 재연 비행으로 만날 수 있다.
사천시와 공군본부, 경남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올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김 장군이 팔만대장경을 지킨 비화를 담아 재연비행을 한다고 31일 밝혔다. 6·25전쟁 때는 무스탕 전투기였지만 이번에는 KT-1 4대가 출격한다. 사천비행장을 이륙한 KT-1은 활주로 옆에 플래카드로 표시한 북한군 보급창고를 가상 폭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공군은 폭음탄을 터뜨리며 5~6분간 전쟁터 분위기를 연출한다.
올해 에어쇼에선 11개 분야 120여 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와 미국 공군 A-10, F-16의 시범비행 등이 추가돼 에어쇼가 한층 풍성해진다. 공군, 육군, 해군, 미 공군 항공기도 지상 전시한다. 공군 수송기와 헬기, 대학과 민간 경량항공기의 체험 비행은 올해도 계속된다. 국군교향악단 연주회와 사천에어쇼 프러포즈 공연 등도 열린다.
사천시는 에어쇼 기간 사천케이블카를 야간에 운행해 관람객들이 체류하며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로 했다. '에어로마트사천 2020'과 '일자리 채용박람회'를 열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사천에어쇼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다양한 체험교육으로 항공우주를 향한 꿈을 키우면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킨 조종사들을 기리기 위해 재연 비행을 기획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