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1천100년 전 만든 해인사 고려 승려 조각상, 국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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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9-02 11:28 조회3,484회 댓글0건본문
1천100년 전 만든 해인사 고려 승려 조각상,
국보 된다
17세기 공신모임 그림 병풍·전염병치료 한의학 서적은 보물 지정 예고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고려 승려의 모습을 조각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15세기 한의학 서적인 '간이벽온방(언해)'과 17세기 공신들의 모임인 상회연(相會宴)을 그린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을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고려 초 활동한 승려 희랑대사(希朗大師)의 모습을 조각한 것으로,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희랑대사는 화엄학(華嚴學)에 조예가 깊었던 학승(學僧)으로, 해인사 희랑대에 머물며 수도에 정진했으며,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데 큰 도움을 줘 왕건이 해인사 중창에 필요한 토지를 하사하고 국가의 중요 문서를 이곳에 두었다고 전해진다.
문화재청은 "유사한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승(高僧)의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祖師像)을 많이 제작했으나 우리나라에는 유례가 거의 없으며, 희랑대사좌상이 실제 생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재현한 유일한 조각품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의 조사 결과 이 작품은 얼굴과 가슴, 손, 무릎 등 앞면은 삼배 등에 옻칠해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든 건칠(乾漆) 기법으로,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제작했고, 원형을 잘 간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앞면과 뒷면을 결합한 방식은 보물 제1919호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처럼 신라∼고려 초 불상조각에서 확인되는 기법이다.
문화재청은 "희랑대사좌상은 육체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사실적이고, 마르고 아담한 체구, 인자한 눈빛과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은 생동감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슴에는 폭 0.5㎝, 길이 3.5㎝의 구멍이 뚫려 있다. 해인사에 전하는 설화에 의하면 이 흉혈(胸穴)은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가슴에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했다고 전한다. 희랑대사에게는 '흉혈국인'(胸穴國人, 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란 별칭도 붙어있다. 흔히 고승의 흉혈이나 정혈(頂穴, 정수리에 난 구멍)은 신통력을 상징하는데, 이런 유사한 모습은 1024년 제작된 '서울 승가사 석조승가대사좌상'(보물 제1000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우리나라에 문헌기록과 현존작이 모두 남아있는 조사상은 희랑대사좌상이 유일하며, 원형이 잘 남아 있고 실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면의 인품까지 표현한 점에서 예술 가치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 "10세기 우리나라 조사상의 실체를 알려주는 작품이자, 희랑대사의 높은 정신세계를 조각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예술·학술 가치가 탁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新舊功臣相會題名之圖) 병풍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소장품으로, 1604년(선조 37년) 11월 공신이나 그 자손을 우대하기 위한 관청인 충훈부(忠勳府)에서 열린 공신들의 상회연 장면을 그린 기록화다.
이 병풍은 총 4폭으로 구성돼 있다. 맨 오른쪽 제1폭에는 상회연 장면이, 제2∼3폭에는 참석자 명단이 있으며, 제4폭은 위쪽 제목 부분을 제외하고 내용이 비어 있다.
문화재청은 "마지막 폭의 내용이 빈 것은 실제 참석자가 많지 않아 명단을 쓰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제1폭 중앙에는 넓은 차양 아래 3단 돌계단 위에서 공신들이 임금이 내린 술을 받는 장면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나무 옆에서 음식을 화로에 데우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그림에 그려진 공신들의 숫자는 58명이다.
문화재청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시(俯瞰視) 기법을 사용했고, 특징만 포착해 선묘(선으로 그리는 기법)로 간략하게 그린 점이 17세기 기록화 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원경의 눈 덮인 설산과 앙상한 나뭇가지는 계절감을 전하며, 필치가 매우 세밀하고 단정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문을 국문으로 번역한 간이벽온방(簡易辟瘟方)은 1525년(중종 20년) 의관 김순몽, 유영정, 박세거 등이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역병(疫病)인 장티푸스가 창궐하자 왕명을 받아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처방문을 모아 간행한 의학서적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으로, 1455년 을해년에 주조된 금속활자로 1578년 이전 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책은 병의 증상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전염병 유행 시 유념할 규칙 등을 제시한다.
문화재청은 예고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 및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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