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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한국전쟁 70주년…해인사 138만 희생자 극락왕생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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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6-09 07:32 조회4,0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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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70주년…해인사 138만 희생자 극락왕생 기원

  


 

6월7일 해인사서 한국전쟁 70주년
해원과 상생을 위한 수륙대재 봉행


인도적 차원에서 피아 가리지 않고
모든 희생자에 향 사르고 의식 치러

당시 참전국 대표한 주한 대사들도
전쟁종식 한반도 평화 한뜻으로 발원
6월7일 해인총림 해인사 경내 일원에서 열린 한국전쟁 70주년 해원과 상생을 위한 수륙대재 전경.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2020년 6월, 전쟁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스님들의 절절한 염불소리가 가야산 자락을 장엄하게 휘감았다. 6월7일 낮1시부터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현응스님) 일원에서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고혼들을 위령, 천도하는 수륙대재가 처음으로 봉행됐다.

국군과 경찰사망자 14만1000명, 미국·터키·프랑스·네덜란드·콜롬비아·태국 등 16개국 유엔 참전국 3만8000명, 북한군 52만명, 중국군 14만9000명, 남북 민간인 사망자 52만명 등 자그마치 138만명이다.

천년의 시간이 출렁이는 가야산에 피아를 가리지 않은 모든 희생자들을 불러 모아 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웅장한 법고와 미혹한 중생들의 업을 녹이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 도량에는 오색 10만 위령등(燈)과 참전국 국기도 펄럭였다.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이 헌향하는 모습.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헌화하고 있다.
호계원장 무상스님.
교육원장 진우스님.
교육원장 진우스님.

해인사 대적광전 앞마당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진행된 이날 법석은 각 나라 희생자들에게 분향, 헌화하는 것으로 막을 올렸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과 원로의장 세민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 교육원장 진우스님에 이어 참전국을 대표한 터키, 프랑스, 콜롬비아, 네덜란드 주한 대사들은 정중탑에 설치된 오로단 위패 앞에서 첫 의식을 치르며 희생자들의 이고득락(離苦得樂)을 발원했다.

청명한 하늘을 가르는 트럼펫 연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의식이 펼쳐졌다. 해인사 전계사 무관스님과 해인사 산중원로 선룡스님, 율주 경성스님, 팔만대장경연구원장 경암스님이 증명법사단으로 참여한 가운데 영가들의 몸을 씻기는 의식인 관욕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이어 각국 영가들을 오로단으로 불러 모아, 해인사 노전 종밀스님을 비롯한 집전단 스님들의 위령·천도의식이 이어졌다. 망자들을 위로하는 의식은 허공을 휘감으며, 애잔하면서도 웅장하게 진행됐다. 재를 얼마나 정성들여 치르는지 한 많은 영가들도 위로를 받아 미움을 거두고 부처님 법에 의지해 왕생극락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공군교육사령부 군악대의 기상 의식.
공군교육사령부 군악대의 기상 의식.
대적광전 앞마당 정중탑에 마련된 각 나라 위패.
대적광전 앞마당 정중탑에 마련된 각 나라 위패.

 

위령 및 천도의식.
정성스럽게 설치한 위패.
의식에 함께한 스님들.

이날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은 천도법어를 통해 “6.25 때 유엔군과 한국군, 북한군과 중국군이 삼팔선을 사이에 두고 진퇴를 거듭하며 138만 명의 희생자를 내고,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찔렀으니 이 어찌 산하대지가 대성통곡할 일이 아니겠느냐”며 “70 성상이 흐른 지금 현충일을 맞아 그동안의 분노와 갈등이라는 공업을 치유하고자 해인사에서 수륙대재를 봉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야산 수륙도량의 오로단에는 국군 유엔군 중국군 북한군 남북 민간인 위패가 함께 하니, 원수이건 친구이건 그 자리는 지위고하의 구별이 없으며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을 나누지 않았다”며 “10만 개의 추모등불이 100일 동안 하늘 위, 하늘 아래, 지하 명부까지 밝히니 이는 상단, 중단, 하단세계가 함께하는 평화의 등불”이라고 강조했다.

방장 스님은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들은 온 국민의 해원을 담은 정성스런 수륙대재 공양을 받고, 본심으로 돌아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을 누리고, 이 인연으로 남·북한 동포들과 더불어 세계인들이 소통하고 상생해 전 세계에 평화가 깃들기를 축원한다”고 발원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축원한다는 법문도 내렸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추도사에서 “해인사 수륙대재는 어둠을 걷어내고 아직 치유되지 않은 많은 전쟁 희생자를 천도해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불교계의 다짐이며,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는 야단법석”이라며 “오늘 참석한 사부대중 모두는 참전 희생자를 위로하는 지극한 발원으로 영령들을 고통 없는 열반으로 인도하고, 이 땅에 지혜와 자비의 등불을 밝혀 세계일화의 꽃을 피우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오늘 모두의 무량 공덕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부처님 지혜와 자비가 시방 법계에 충만하길 기원한다”며 “수륙대재를 준비한 해인사 방장 벽산 원각 대종사님과 주지 현응 대화상께 깊이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조계종 군종교구장 선묵스님.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선묵스님도 “안타까운 죽음으로 천도 받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영혼들은 물론이고 땅과 바다에 사는 모든 미물들까지 오늘 수륙대재를 통해 이고득락하길 바란다”며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부대중은 아픈 상처의 과거 역사가 화해와 상생의 미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고, 평화로 상생하는 한반도와 지구촌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한다”고 역설했다.

에르신 에르친 주한터키대사.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대사.
후안 카를로스 카이산로세로 주한콜롬비아대사.
요안느 도너브르트 주한네덜란드대사.
롬마니 카나누락 주한태국대사.
한중문화우호협회 취환 회장.

각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함께한 주한 대사들도 수륙대재를 계기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로 가는 새 시대를 한 마음으로 염원했다.

에르신 에르친 주한터기대사는 위령메시지에서 “자주독립을 위해 희생된 참전용사들은 자유우방의 땅 위에 전우들과 나란히 잠들어 영원히 안식할 것”이라며 “순국선열 용사들의 토대 위에 뿌리내린 한국과 터기 양국 우호관계는 앞으로도 더욱 돈독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대사도 “해원과 상생의 해인사 수륙대재에 참석해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의식에 함께 하게 돼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후안 카를로스 카이산로세로 주한콜롬비아대사는 “콜롬비아를 대표해 한국에 있는 저에게 이 특별한 수륙대재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며 “진심어린 상호존중과 자비의 마음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요안느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대사도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위령제 일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에게도 격려가 되는 의례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롬마니 카나누락 주한태국대사도 “지구촌 평화를 수호하고 더 나은 번영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지가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는 뜻을 전했다.

민간 사절단인 한중문화우호협회 취환 회장은 한국어로 또박또박 “따뜻한 자비심으로 수륙대재를 직접 개회하고, 시행해주신 해인사 현응 큰스님에게 진심어린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정관계 인사들은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대사회적 역할에도 최선을 다해온 조계종과 불교에 깊은 감사 인사를 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산문 폐쇄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연기, 정부의 긴급재난 지원금까지 모두 기부한 불교계에 정부를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해인사 수륙대재를 통해 138만 원혼들이 해원 상생하고, 어려움에 빠진 남북관계가 풀리기를 기원해 주신 조계종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문준희 합천군수와 진선미, 정희용 의원 등도 전쟁의 불행이 다시는 반복도지 않도록 화합과 상생,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경암스님이 위패를 사르는 소전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봉은국악합주단의 위령곡 연주.

이날 법회는 조계종 불교음악원 봉은국악합주단과 혜명무용단의 위령곡 연주와 증명법사단이 위패를 사루는 소전의식으로 마무리됐다. “원왕생, 원왕생 아미타 부처님 친견하고 깨달음 이루라”는 사부대중 염원이 해인사 도량에 충만해 있었다.

생활 방역과 거리두기를 준수한 이날 수륙대재에는 주요 내빈을 비롯해 사부대중 1000여 명이 운집했다. 도량 곳곳에는 ‘상흔을 보듬다’를 주제로 한국전쟁 70주년 사진전과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렸다.

한편 해인사는 수륙대재 전날인 6월6일 해인사 선림원 템플스테이 특설무대에서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김희재, 정동원 등 트로트 가수들을 초청한 추모음악회를 개최했다.

해인사=홍다영 기자 이천운 경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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