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제사학회원 80명 해인사에서 선불교 체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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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05-04 12:04 조회8,516회 댓글0건본문
17~26일 방한‥새벽예불·108배
프랑스 경제사학회 회원 80명이 23일부터 24일까지 1박2일간 경남 합천 해인사에 머물며 한국 선불교를 체험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식인 단체인 경제사학회는 사학과 교수와 교사 등 50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에 방한하는 80명은 17일부터 26일까지 우리나라에 머문다.
이들은 해인사에 머무르는 동안 한국 불교의 전통과 전례를 약식이지만 빠짐 없이 체험하게 된다. 새벽예불, 108배는 물론 참선과 다도 프로그램도 함께한다. 식사도 절집 전통을 따른다.
이번 해인사 체험은 프랑스 사회의 불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관광공사 파리지사가 경제사학회에 특별프로그램으로 해인사 ‘절 체험’을 제안했고, 회원 80명이 여기에 호응해 이루어졌다. 이들은 불국사 석굴암 통도사 범어사 등 다른 전통사찰도 방문한다. 대학과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프랑스 학자들의 템플스테이는 불교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한국 선불교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시피 한 프랑스 사회에 우리의 불교문화를 소개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해인사는 25일부터 28일까지 팔만대장경 본?법요식을 시작으로 각종 전시회와 공연 등 20여가지 행사를 펼치는 팔만대장경축제를 연다. 행사장 주변과 고속도로인터체인지에 3만여개의 연등을 달아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고 한다.
프랑스학자들이 해인사로 간 까닭은?
△ 지난 23일부터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1박2일간 절집 체험을 가진 프랑스 경제사학회 회원들이 스님들의 지도에 따라 발우공양을 하고 있다.
‘생초보 수련생’들에게 무성 스님은 겁을 잔뜩 줬다.
“여러분은 태어나서 가장 힘든 아침식사를 하게 될 것입니다.” 눈이 파란 초보 수련생들 앞에는 나무그릇 4개로 이루어진 발우가 놓여 있다.
“그렇게 힘들고 정성스럽게 먹어야 하는 이유는 이 공양에는 하늘과 땅, 농부와 노동자, 밥 짓는 이 등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정성이 여기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공양을 하며 여러분은 이 모든 이들의 은혜에 고마움을 느끼고, 이들과 하나임을 느껴야 합니다.”
여기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이던 이들도, 이어지는 무성 스님의 이야기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러분은 발우에 담긴 밥 한 톨, 반찬 한 조각까지 모두 먹어야 합니다. 양념까지도 물로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식가로 소문난 프랑스 중산층인 이들에겐 문화적 충격이다. 그릇에 묻은 양념까지 물로 씻어 먹어야 한다니. 물러난 이들은 기둥에 기대거나 방석더미에 앉아 ‘먹거리’가 아닌 ‘구경거리’를 즐길 자세를 취했다.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한국의 절집 생활을 체험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식인 단체 프랑스 경제사학회 회원 78명에게 지난 23일 오후 5시부터 24일 오전 9시까지의 16시간은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문화와 전통이 전혀 다른 공간에서의 머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종일관 침묵을 요구받았다. 밥 먹을 때도 걸을 때도 쉴 때도 침묵하도록 요구받았다. 불가피할 경우에만 귓속말이 허용됐다. 저녁 예불. 언제 앉고, 언제 서고, 절은 어떻게 하고, 어디로 절을 해야 하는지 우왕좌왕했다.
밤 9시부터 온돌방에서의 집단 취침. 옆사람의 숨소리에 몸을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던 새벽 3시. 여지없이 쇠종소리와 목탁소리가 들린다. 새벽 예불에 이어 참선 수행이다. 결가부좌를 해야 하는 이 시간은 차라리 고행이다. 가부좌를 시도하다가 대개는 ‘다리를 쭉 편 채’ 선을 한다. 서서 하는 이도 있고, 기둥에 기대어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절집 문을 나서는 프랑스인 얼굴은 아주 맑고 밝다. 경제사회회 회장인 자크 마르세유 교수(파리1대학)는 이렇게 말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절집에 들어설 때부터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그랬습니다.”
해인사/글·사진 곽병찬 기자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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