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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6일, 스님들과 함께하는 자비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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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08-03-17 20:31 조회9,7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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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스님들과 함께하는 자비행선 두 번째 시간을 맞았습니다. 


첫 번째 자비행선이 산내암자를 굽이돌며 봄을 찾는 길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색달랐습니다. 가야산 중봉에 있는 해인사 마애석불(보물 제222호)을 친견하는 시간을 가졌으니까요.


이날 자비행선도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께서 직접 이끌어 주셨습니다. 또, 호법국장 일형 스님과 회계 보운 스님도 함께 동행해주셨습니다. 동참자는 모두 20여명, 거창, 김해, 안성 등 전국각지에서 자비행선을 위해 해인사를 찾았답니다. 특히 이날은 월간<해인>도 봄을 찾아 나서는 자비행선 길에 따라나섰습니다. 월간<해인> 표지사진을 장식하는 이영숙 사진 작가님이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약 2시간 산행길을 동참했습니다.


과연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으며, 관계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 과정을 이해함으로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낼 수 있습니다.”

자비행선을 시작하기 전 주지스님의 짧은 법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걷는 동작을 관찰하며, 관계 속에 연결된 세상이치를 찾고 그 가운데 자비로운 마음을 함양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을 직장, 가정생활 속에서, 나아가 정치, 사회, 문화생활 가운데 늘 살펴 지닌다면 다방면에서 벌어지는 어려운 일들을 좀 더 지혜롭게 해결해 갈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모든 관계를 이해하는 가운데 넉넉한 포용적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시켜주셨지요.


스님은 자연스러움을 강조하셨구요, 가급적 침묵을 통해 이치를 잘 알아가길 당부했습니다. 


도대체 마애부처님은 어디 있나요?

어디로 가는가요?


처음 해인사를 찾은 참가자들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무작정 따라나섰습니다.  

처음에는 약간의 수다(?)도 떨었구요, 봄소풍을 나온 아이들마냥 상기돼 있었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덧 침묵이 흘렀습니다. 2시간여 산행길이 이어졌으니까요. 그저 송글 송글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거친 숨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사실 그리 힘겨운 산행코스는 아니었지만 늘 차만타고 다니던 도회지 사람들에게는 힘겨웠습니다.


한참 숨이 가빠오는데 잠시의 달콤한 휴식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요. 이곳 이름이 ‘극락골’이랍니다. 어느덧 극락 초입에 다다른 게지요. 외지인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극락골은 그야말로 청정지역이었습니다.

봄을 찾아 나선 길, 극락골에는 아직 겨울이 있었습니다. 소복이 쌓인 눈과 얼음 사이 맑은 계곡물이 흘렀는데 거기서 새삼 봄을 봤습니다. 봄도 홀로 존재하지 않았지요. 겨울이 있어 봄이 함께 존재했답니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바위들 또한 예전에 무심히 봤던 바위들이 아니었습니다. 산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판이었고 함께하는 조력자였습니다. 1시간 남짓한 시간을 올랐을까요? 마애석불 안내판이 보이고, 높이 7m 되는 바위에 새겨진 마애부처님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부처님이시랍니다.


“오다 보니 마음 살피는 길은 어딜 가고 오직 산을 오르는 데만 온 마음이 빼앗겼지요?”

주지스님의 예리한 지적입니다.

“단순한 산중에서조차 내 마음 하나 잡기가 이리 어려운데, 밖의 삶 속에서는 더욱 쉽지 않은 법입니다.”

스님의 말씀엔 참가자들은 그저 동의하는 눈빛입니다.


“이곳을 처음 온 분들은 어딜 가는지, 얼마나 가는지,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해 막막하고 힘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길은 쉽게 가지만 모르면 답답하고 막막한 법이지요.”

스님의 법문이 다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인생길을 슬쩍 비춰주셨습니다.


마애불은 한문으로 불호가 ‘미륵’이랍니다. 인도말로는 Maitreya(마이트리아)라고 부릅니다. ‘사랑의 부처님’이라는 뜻을 지닌다고 합니다. 자비를 잘 실현함으로서 부처를 이루신 분이랍니다. 계신 곳은 ‘도솔’인데, ‘만족할 줄 안다’는 뜻으로 ‘지족’과 같은 말이랍니다. 해인사 산내암자중 지족암이 바로 도솔암이라네요.

중생들은 모두 부처될 자질과 성품이 있으며, 중생들이 모두 부처가 될 때 미륵부처님이 도솔천에서 온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비행선과 연관되어 뜻하는 바가 많은 셈입니다.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욕심을 어느 선에서 절충하며 만족할 것인가의 문제가 달린 것”이라고 주지 스님이 세세히 짚어주셨습니다. 만족할 줄 아는 선을 찾는 것은 세세히 관계를 살필 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스님은 “자유, 평등, 평화가 지족의 문제에 달려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서로의 존재관계를 살피고 그 속에서 사랑의 관계가 정립되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비의 마음을 잃지 않고 평화와 안락 속으로 이끌 것”이라는 주지스님의 말씀과 함께 두 번째 자비행선이 일단락지어졌습니다.


자연과 하나 되어 봄을 찾아 나선 길, 그 속에 진정한 나를 찾고, 살아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안성에서 참석하신 분들은 주지 스님께 사인이라도 받아야한다며 안달이었습니다. 극락골을 다녀온 참가자들은 모두 미륵부처님 오실 날을 발원하며 자비의 뜻을 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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