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이건무 문화재청장 해인사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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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08-03-12 18:30 조회9,725회 댓글0건본문
신임 이건무 문화재청장이 3월 11일 해인사를 방문했다. 주요 문화재 시찰을 목적으로 오후 4시경 방문한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대적광전에서 참배한 후 팔만대장경판전과 비로전을 둘러보고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과 문화재 보존 방안에 대한 좌담을 나눈 뒤 2시간여 만에 돌아갔다.
이 자리에는 심의조 합천군수, 유도재 합천군의회의장, 박갑도 경남 문화관광체육국장 등도 함께 했고, 해인사에서는 주지 현응스님을 비롯해 총무국장 심우 스님, 호법국장 일형 스님 등이 배석했다.
이날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항상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늘 불안하다”고 밝혔다. 특히 “수시로 드나드는 등산객의 관리가 일괄적으로 통제되어야 할 것”이라며, 등산객의 출입 통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해인사는 탐방객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안내시스템을 위한 인력과 예산 지원 요청이 시급하다고 제안했으며, 화재발생시 가장 문제가 될, 장경판전 북측의 누적된 낙엽과 잡목 제거를 할 수 있는 제도장치의 마련도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해인사는 "가야산국립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문화재보존을 위해 필히 이뤄져야 할 낙엽 및 잡목 제거를 환경생태보전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구역으로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및 명승'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세계문화유산 구역인 '가야산해인사일원'이 더 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관리하에 놓여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력히 밝혔다.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지역인 '가야산해인사일원'은 문화재에 대한 소양을 갖춘 문화재청에서 관리하여야 마땅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해인사를 방문한 문화재청장은 이에 대해 공감하며 문화재보전을 위한 충분한 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 해인사의 문화재보존을 위한 소방방재 현황
해인사는 전국의 어떤 문화재보다 양호한 소방방재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장경판전에는 6명의 직원들이 24시간 교대로 순찰을 돌고 있으며, 해인사에 상주하는 250여명의 스님들은 화재진압훈련을 통해 소화전 작동을 숙지해놓은 상태다. 장경판전 주위에는 야간 적외선 감지장치가 설치돼 있다. 게다가 야간에는 강원 스님들이 순번을 정해 늘 순찰을 돌고 있고, 또, 종무 소임을 맡은 스님들이 이를 감찰하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주지 스님은 늘 불안하다. 아무리 만전을 기해도 등산객이 배낭에 어떤 물건을 지고 들어가는지 알 수 없고,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10만분의 1 이라도 자칫 다른 마음을 먹은 이가 등산객을 가장해 들어오는 인위적 재난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들이 장난삼아 장경판전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이물질을 넣고 도망갔던 사례도 몇 차례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어떤 통제도 없이 출입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관리자가 24시간 지켜본다 한들 어디에 구멍이 뚫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해인사는 현재 방문객 안내시스템을 새로 갖추기 위한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중이다. 현응 스님은 적어도 창덕궁에서의 문화안내 시스템 정도는 갖춰져야 한다고 신임 문화재청장에게 강력하게 제안했다. 일정 시간을 단위로 문화재안내해설사가 탐방객을 모아 안내함으로써 효율적인 통제와 관리를 하자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이 탐방객의 물품 보관소다. 탐방객은 물품을 일정한 장소에 보관시켜 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문화재안내해설사의 보다 진화된 안내서비스를 받게 되며, 문화재 훼손방지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인위적 재난 또한 극소화시킬 수 있게 된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자면 가장 필요한 것이 인력과 예산이다. 하루 2교대로 총 8~10명의 인력이 필요하며, 적당한 위치에 알맞은 물품보관소의 설치도 시급하다. 그런데, 해인사는 문화재 보존을 위한 현재의 인력 수급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실정이다. 팔만대장경판과 판전은 모든 국민과 나라가 나서서 지켜나가야 할 모두의 보물이며 세계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지원과 대책마련 또한 나라가 나서야 할 일이다
해인사가 소방방재 차원에서 또 하나 제안하는 것이 장경판전 북측에 쌓여있는 낙엽과 잡목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난 2005년 낙산사 화재 시에도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낙엽이었다. 현재 해인사 장경판전 북측에는 오래 묵은 낙엽 층이 쌓여있는데, 화재가 발생할 시에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를 제거하는 데는 국립공원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해인사가야산 일원'은 가야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기에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가야산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서는 환경침해를 이유로 낙엽과 잡목 제거에 동의를 해주지 않고 있다.
이에 해인사는 해인사가야산일원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해달라는 요청서를 관계당국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구역이자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및 명승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세계문화유산구역인 가야산해인사일원이 더 이상 국립공원으로 관리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에 대한 소양을 갖춘 문화재청에서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문화재 지역에 대한 홍보는 어딜 가도 없다. 물론 사적및 명승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나 지정만 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관리책은 없다. 모든 관리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탐방객의 대부분이 문화재를 탐방할 목적으로 방문했다면 요즘은 탐방객의 과반수가 등산을 목적으로 온다. 더 이상 국립공원 속에 문화재를 묶어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해인사의 입장이다. 해인사가 언제부터 공원으로 전락했는지 통탄할 노릇이다.
세계인들이 한국을 찾을 때 자연경관이 뛰어난 레져 타운인 국립공원을 찾겠는가? 한국의 뛰어난 역사 문화가 살아있는 문화재 지역을 찾아 나서겠는가? 과거 어려운 시절, 경제개발이란 미명아래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외면되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세계에 꺼내 놓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란 것을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시대상황에 맞춰 보다 깨어있는 안목으로 국가경영도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낡은 관료적 태도와 제도로 이뤄지는 국가경영은 타파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보 1호 숭례문의 화마로 인한 소실은 아직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해인사는 창건이래 지금까지 7차례에 걸친 화재가 발생했다. 그러나 장경판전은 부처님의 가피가 있어서일까 화마로부터 용케 살아남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부처님의 위신력에만 기대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제 모두가 나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나가는데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문화재를 잃고 난 후의 참담한 후회는 숭례문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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