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
국민여러분! 산은 우리에게 어머니이며 생명입니다. 우리가 산을 찾는 이유는 산이 주는 한량없는 생명의 기운을 얻기 위함일 것입니다. 삼천리강산 어느 한 곳 더하거나 덜하지 않겠지만 수려한 경관, 수많은 문화재, 치열한 구도열정과 전법교화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는 사찰이 위치한 산은 더욱 큰 가치가 있음은 여러분은 동의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지난날 전국토가 전쟁과 땔감 채취 등으로 민둥산이 되었을 때 유독 사찰림 만이 울창하고 수려하게 존속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낫과 톱 앞에 맞서서 산림을 지켜왔던 승려들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산과 함께 살면서 이루어낸 수많은 문화적 자산은 죽은 박제품이 아닌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으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역시 일제의 수탈과 기만, 전쟁과 도굴, 개발과 무분별한 외래문화 유입의 와중에서 목숨을 대신한 사찰과 승려의 노력으로 수호하며 전승해낸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종교·문화·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사찰의 경내지(토지 및 사찰림)는 억불과 토지몰수, 혼란과 개발 등 부침의 역사현장에서 불교도의 피와 땀으로 형성된 수행공동체인 사찰의 소유 재산입니다.
국민여러분! 가야산 해인사는 불보살이 상주하는 한국불교 최고의 천년성지로서 국민의 정신적 귀의처이며, 수많은 수행자가 상주하는 종합수행도량입니다. 가야산 해인사 일원은 일찍이 그 수려한 경관과 호국애민의 숨결이 곳곳에 깃들어 있음을 인정하여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및명승’으로 산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통사찰보존법, 문화재보호법, 자연공원법 등 각종 국가법에 의해 보존·보호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찰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사찰 소유의 재산권 제약뿐만 아니라 수행, 전법, 교화 등의 각종 종교 활동권까지 제약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가야산 해인사의 종교·문화·자연환경의 소중한 가치로 인해 공공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가야산 해인사는 종교·문화·자연환경의 보존·보호 등 공공적 복리를 위해서는 사찰 소유권 일부에 대한 권리 제한을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찰 환경이 국가에 의해 공공연히 체육, 레저 등을 목적으로 하는 등산객의 이용에 무제한 제공됨으로써 종교활동, 문화유산보존, 자연자원보존에 관한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불교는 문화·자연환경 보존·보호를 위해 포교와 대사회활동 등 종교 본연의 사명과 역할을 수행하는데 심각하게 위축되고 제약받고 있는 현실에서 공익적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야기되고 있는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민법상의 소유권이나 문화재보호법상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그 액수의 경미함과 사찰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내용과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충분히 이해해 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화재관람료는 문화재의 유지·보수 및 관리·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입니다. 사찰문화재가 사찰과 승려의 기여로 국민여러분과 함께 존속할 수 있도록 했던 것처럼, 온갖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영원히 전승될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입니다.
이러한 불교계의 충정을 십분 이해하셔서 소중한 우리 문화재의 보존·보호를 위해 국민여러분의 이해와 더불어 문화재 보호활동에 적극적인 기여와 참여를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51(2007)년 7월 22일
대한불교조계종 법보종찰 해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