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도림법전선사 2549년 하안거 해제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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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있는가? 누구 있는가?”
암주가 문을 열면서 즉시 주먹을 내미니 선사가 말하였습니다.
“물이 얕아서 배를 댈 수가 없구나.”
그리고는 바로 그 암자를 떠났습니다.
또 다른 암자에 가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누구 있는가? 누구 있는가?”
이 암주도 역시 주먹을 내밀거늘 선사가 말하였습니다.
“잡을 줄도 알고 놓을 줄도 알며, 죽일 줄도 알고 살릴 줄도 아는구나.”
그리고 그 암주에게 절을 한 후 선사는 바로 그 암자를 떠났습니다.
조주선사께서 두 암주에게 ‘있느냐?’고 물었고 암주 모두는 주먹을 내밀었습니다. ‘암주가 있느냐’는 말은 문안의 인사말이 아니라 본래모습인 주인공을 상실하지 않고 자유자재한 경지에서 살고 있는가 하고 묻는 말입니다. 두 암주가 주먹을 드러낸 것은 불법의 경지에 대한 자기의 안목을 드러내 보인 것 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암주가 똑같이 주먹을 쥔 손을 내밀었는데, 조주선사께서는 한 쪽은 인정하고 다른 한쪽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하였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까?
만약 해제납자들이 두 암주의 우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직 참선수행의 안목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두 암주가 우열 없이 동등하다고 할지라도 그 역시 참선수행의 안목이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화두에 대하여 꼭 들어맞는 올바른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조주선사의 자유자재한 법문을 체득하여 지혜의 작용을 일으키기도 하고 번뇌 망념을 떨쳐버릴 수 있는 대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금일 해제대중은 한 철 동안 지은 살림살이로 여기에 대하여 분명한 한 마디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한철살림살이로 제대로 된 한마디를 할 수 없는 납자라면 만행길에 이 화두도 함께 걸망 속에 짊어지고서 같이 다녀야 할 것입니다.
불조명맥(佛祖命脈)이요
열성겸추(列聖鉗鎚)로다
환두이성(換斗移星)이요
경천위지(經天緯地)로다.
불조의 명맥이요
많은 선지식들의 쇠망치질이로다
북두가 옮겨가고 별자리마저 바뀌니
하늘을 거머쥐고 땅을 주름잡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