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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고 조용히 낮추니 맑은 佛心 절로 퍼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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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07-02-08 11:10 조회10,3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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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고 조용히 낮추니 맑은 佛心 절로 퍼지더이다”



모처럼 서울을 찾은 불교 월간지 ‘해인’ 편집장 종현 스님이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지령 300호 ‘해인’을 들고서 있다. 이훈구 기자
《군데군데 기운 자국이 남은 허름한 두루마기. 다 해진 옷깃. “몇 년이나 입으셨어요?” 기자가 묻자 “아, 그래도 성철 스님이 정진하셨던 백련암표입니다.” 스님이 미소 짓는다. 1982년 3월 첫 호를 시작으로 지령 300호를 낸 월간 ‘해인’의 편집장 종현 스님의 두루마기는 해인사에서 입적한 성철 큰스님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었다.》

불교계에서 ‘해인’의 위치는 독특하다. 해인사에서 발간하는 사보(寺報)지만 그 내용이나 종단 내 위상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해인사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절 소식은 최대한 줄이고, 종단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스님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을 담아 전하는 ‘호계삼소’나 큰스님을 시봉하면서 겪었던 갖가지 에피소드를 담은 ‘나의 행자시절’ 등이 인기 코너다.

무엇보다 이 잡지가 도반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유는 대중성과 보편성, 개혁성 때문이다. 난해한 경전이나 법어, 화두를 쉽게 풀어 독자를 가르치지 않고 느끼게 한다. 잡지를 펼치면 고요하고 정적인 느낌, 그 자체로 곧 선(禪)이다.

소설가 조정래 최인호 이윤기 씨 등 종교와 관계없이 대중적 인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도 이 잡지가 주목받은 이유다. 가톨릭 신자였던 최 씨가 선불교에 심취해 ‘나는 스님이 되고 싶다’는 수필을 게재해 큰 반향을 몰고 왔던 것도 해인지였다.

해인사 강원의 젊은 학인 스님들이 제작에 참여하다 보니 종단 안팎의 개혁에도 적극적이었다.

1994년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편집장이었던 도각 스님이 선두에서 사다리를 타고 조계사 담장을 넘다 머리에 벽돌을 맞아 다쳤던 사건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화두로 주목받았던 성철 스님의 존재는 ‘해인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해인지를 통해서만 전해졌던 스님의 법문은 산문을 넘어 속세로 넘쳐흘렀다. 1993년 스님이 열반했을 때는 무려 10만 부가 팔려나갔다. 요즘의 발행부수는 ‘비밀’이지만, 만성 적자에서 한때 흑자로 돌아선 것도 큰스님의 마지막 ‘보시’ 때문이었다.

또 “책을 던져버려라”는 성철 스님의 한 말씀 때문에 스님들이 도무지 글을 쓰지 않으려 해 필자 구하기가 힘든 적도 있었다. 스님의 상좌였던 원택 스님마저 “당신도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책을 읽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화두 타파에 집중하라”는 의미였음을 성철 스님 입적 후에 알았다고 한다.

산중의 숨은 ‘글쟁이’들이 몰려든 것도 해인지의 자랑거리.

불교신문 사장 향적 스님, 원택 스님, 대흥사 일지암의 여연 스님,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경남 함안군 장춘사의 법연 스님, 충북 충주시 관음사 현진 스님, 종회 사무처장 주경 스님, 총무원 기획국장 원철 스님, 제주 백련사 오성 스님, 불교방송 진행자 성전 스님 등이 이 잡지를 통해 일가를 이뤘다.

종현 스님은 “사보로 출발했지만 해인사에 국한하지 않고 부처님의 맑은 목소리와 향기를 전달하는 데 주력해 왔다”며 “선방 스님들의 정진하는 모습, 고뇌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해인지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스님은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종단 안팎의 압력에 버팀목이 되는 것이 편집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특히 총무원장 선거나 종회 선거 때는 매우 민감해지지요.”

잡지이자 언론의 역할, 그것이 해인지의 소임이기도 하다. www.haeinj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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