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중(心中)에 자기 부처 모시고 이어가면… ”11월25일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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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07-11-26 10:53 조회10,606회 댓글0건본문
총림 지정 40주년 해인사, 동안거 첫날 표정
입력 : 2007.11.25 23:59 / 수정 : 2007.11.26 02:55
- “연뿌리 속의 실로써 수미산을 끌어 넘어뜨리고, 겨자씨가 우레와 번개를 흔들어 일으킨다.”
24일 오전 경남 합천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 보경당에서 열린 올해 동안거 결제 법회. 조계종 종정이자 해인사 방장(方丈·총림의 가장 높은 스님)인 법전 스님은 법회에 참가한 선승(禪僧)들에게 이런 법어를 내리며 주장자로 법상(法床)을 두 번 ‘쿵! 쿵!’ 내리쳤다. 이날부터 내년 정월 보름(2월 21일)까지 3개월 동안 선원 문밖을 나서지 않고 하루 10여 시간씩 집중적으로 참선 수행할 후배 스님들에 대한 격려이자 채찍이었다.
- 24일 오전 해인사에서 열린 올해 동안거 결제 법회에서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왼쪽 법상에 앉은 사람)이 법어를 내리고 있다. /김한수 기자
- 올해는 특히 해인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사찰로는 처음으로 강원, 선원, 율원 등을 두루 갖춘 종합수도원인 ‘총림(叢林)’으로 지정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해인총림 초대 방장이었던 성철 스님이 동안거에 맞춰 불교 사상의 정수를 전하는 ‘백일(百日)법문’을 한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올해 해인선원 동안거에 참가한 41명의 선승들은 겉으로 보이는 ‘몇 주년’의 의미 보다는 이 석 달 동안에 깨치겠다는 다짐이 결연해 보였다. 법전 스님은 그들에게 “이번 동안거 결제철에는 조사(祖師·달마)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사구(四句·서로 대립되는 개념)와 백비(百非·모든 시비)를 떠나서 곧장 볼 수 있는 안목이 열리도록 삼동한철 동안 일주문을 걸어 잠그고 사관(死關·목숨을 걸고 공부하는 집)에서 용맹정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에 있을 대비로전 낙성식 준비로 분주한 바깥의 소란함과는 대조적으로 결제 법회가 진행되는 보경당 안에는 방장 스님의 법어 외에는 절하느라 승복이 사각거리며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법회를 마친 선승들은 이날 오후부터 선원에 들어 참선수행을 시작했다. 해인사 선원은 정해진 일과표가 있지만 큰 선방은 동안거에 참가한 스님이라면 누구라도 얼마든지 양껏 참선수행할 수 있게 24시간 열어 놓는다.
동안거 전날인 23일 저녁 해인총림에서 방장 다음 위치로 선원의 참선수행을 지도하는 수좌(首座)인 원융(圓融·69) 스님이 기자들과 만났다. 원융 스님은 성균관대 영문학과를 나와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1972년 성철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출가해 30여 년간 참선수행에 정진해온 수행자이다.
그는 “불법(佛法)의 도리를 만난 금생(今生)에 깨치지 않으면 다시 어느 생에 깨치겠느냐는 각오로 정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중매(雪中梅)의 찬 기운이 뼛골에 사무치는 느낌이 기어이 스쳐가야 진짜 공부”라며 “심중(心中)에 자기 부처님을 모시고 한순간도 끊어짐 없이 이어가면 홀연히 깨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아직 (홀연히 깨치는)그런 재미를 못 보고 있다”고 겸손해 하며 “수술도 받고 몸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매일 오전 첫 시간(오전 8~9시)에는 선방에 가서 앉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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