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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에 불이 나면 불상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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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07-11-24 16:16 조회10,7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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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해인사에 불이 나면 불상이 사라진다?

조선일보|기사입력 2007-11-24 11:44 |최종수정2007-11-24 11:45 기사원문보기

해인사 대비로전의‘비상 하강시스템’내부 모습. 화재가 감지되면 대비로전 내부에 있던 비로자나불은 자동으로 지하 6m의 별실로 내려가고 2개의 방화문으로 차단된다. /연합뉴스

열이 아닌 불꽃 감지해 4분내 지하 6m 아래로

“이틀 동안은 끄떡없어”


경남 합천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의 ‘첨단 대비로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오후 낙성법회를 갖는 대비로전은, 화재가 발생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즉시 법당에 모셔진 비로자나불상 2점을 지하 6m 깊이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별실’로 이동시켜 안전하게 대피시키도록 돼있다.

대부분 국내 사찰의 경우 화재 대비책은 소방호스나 소화기를 갖추는 수준이다. 목조 건축물이 많은 일본 사찰의 경우도 지붕 위에서 스프링클러가 물을 뿜어 수막(水膜)을 만들면서 불길을 차단하는 정도라고 한다. 해인사의 한 스님은 “우리가 아는 한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상하강 시스템’을 갖춘 법당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럼 해인사는 왜 이런 첨단 화재 대피 시스템이 갖춰진 법당을 짓게 됐을까?

대비로전에 모실 불상들은 원래 법보전과 대적광전에 따로 모셔져 있었다. 쌍둥이 불상인 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불상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다가 지난 2005년 7월 법보전 불상에 금칠을 다시 하는 과정에서 불상 내부의 묵서(墨書)가 발견돼 833년에 제작된 국내 최고의 통일신라 목조불상임이 밝혀졌다. 또 대적광전 비로자나불과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제작된 점도 확인됐다.

해인사는 쌍둥이 비로자나불을 모실 전각을 새로 지으면서 화재에도 대비할 수 있는 건물을 짓기로 했다. 그해 봄 낙산사 화재로 인한 피해가 타산지석이 됐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화재는 목조건물은 물론 동종(銅鐘)까지 녹여버리더라”면서 “목조불상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방법을 고안해 달라고 시공사에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비상하강 시스템’을 갖춘 첨단 법당이 탄생한 것이다. 마침 2005년 8월 해인사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도 특별지원금 30억원을 약속해 ‘첨단 법당 건축’은 탄력을 받았다.

2년의 공사를 거쳐 완공된 ‘대비로전’의 기본 구조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지하 6m 깊이에 사방이 30㎝ 두께의 콘크리트 벽으로 막힌 ‘별실’을 만들고 그 위에 목조로 법당을 지었다. 폭 2.6m, 길이 5.6m, 높이 3.7m 크기의 별실은 오로지 불상을 대피시키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비로자나불 2점이 놓이는 각각의 좌대(座臺) 아래로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화재가 발생하면 유압식 기계장치를 타고 엘리베이터처럼 지하 별실로 사라지는 구조다.

대비로전 입구 안쪽 왼쪽 기둥에는 전방 160도 범위를 감지할 수 있는 화재 자동감지장치(센서)가 쌍둥이 불상을 향해 설치돼 있다. 이 센서는 열이 아닌 불꽃을 감지해 낸다. 시공을 맡은 홍기종합건설 관계자는 “열 감지장치는 주로 섭씨 70도 이상의 고열을 감지하는데, 그럴 경우엔 목조불상이 이미 훼손되기 시작한다”며 “불꽃 감지센서는 횃불 혹은 신문지에 불을 붙인 정도의 불꽃에 반응하도록 설계돼있다”고 말했다. 불공을 드리기 위해 켜는 촛불 정도의 불꽃에는 센서가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 화재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가 작동해 불상이 지하로 내려간다. 별실 바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분. 지하 별실로 통하는 구멍에는 각각 지하 2.3m와 지하 4.3m 지점에 이중의 방화문이 설치돼 있다. 첫 번째 방화문이 닫히는 시점은 불상이 하강을 시작한 지 약 2분 30초 후이다. 즉, 화재가 감지된 2분 30초 후면 불상은 불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들 장치는 모두 전기로 작동된다. 홍기종합건설 이동식 현장소장은 “외부의 화재로 전기선이 끊어져도 10분 정도 기능할 수 있는 축전기가 가동되기 때문에 불상을 지하로 모시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이틀 정도 불이 계속돼도 불상은 안전하게 보존된다”고 설명했다. 해인사는 지난 21일 불상의 무게(약 150kg)보다 무거운 170kg의 철근을 좌대에 올려놓고 시험운행을 했다.

해인사 측은 이번 ‘첨단 대비로전’ 완공에 이어 앞으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팔만대장경 목판과 이를 모신 법보전 등에 대한 화재 대비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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