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승가대학 삼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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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08-04-07 15:58 조회9,370회 댓글0건본문
4월 5일 오후 1시 해인사 경내가 숙연해졌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장엄한 염불소리와 함께 60여명의 스님들이 일제히 절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삼보 일배가 시작된 것이다. 세 번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극히 절을 올리는 스님들의 행렬은 해인사 일주문 앞 비림에서 시작해 장경각까지 이어졌다. 주말을 맞아 해인사를 찾은 관람객들은 일제히 발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숙연함과 장엄함에 꼼짝하지 않았다.
해인승가대학(학장 법진)은 3보1배를 새로운 참 수행을 위한 새로운 교과과정 프로그램으로 채택해 매주 토요일마다 이어갈 예정이다. 4월 5일, 그 첫 시간을 맞았다. 학장 법진 스님과 교수사 석중 스님이 앞서고 60여명의 학인 스님들이 뒤따랐다.
학장 법진 스님은 학인 스님들께 특별한 어떤 말씀도 하지 않았다. 단지 지극한 마음으로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이어갈 것임을 밝혔을 뿐이다.
이날 스님들의 장엄한 모습에 놀란 것은 주말을 맞아 해인사를 찾은 대중들이었다. 불자들은 합장하며 숨을 죽였고, 비불자들까지도 몸과 마음을 함부로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생각하는 듯 몸가짐을 조심스러이 가졌다. 개구장이 아이들까지도 멈칫하며 스님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스님들이 데모하시는 겁니까? ”
대중매체를 통해 삼보일배를 데모의 수단으로만 확인했던 일반인들 가운데는 이런 질문을 하는 이도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스님들이 잘못하신 일이 있어서 벌을 받는 건가요?” 라며 묻기도 했다.
보이는 편리함만을 쫓아 온 현대인들에겐 충격이었을까? ‘수행’이라는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말이 없다. 그러나 틀림없이 그동안 보지못하고 생각지 못했던 다른 세상이 있음을 느끼는 듯 보인다.
스님들의 장엄한 수행의 과정은 두 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처음 염불소리는 작은 듯 깊게 시작되었고, 일주문을 지나 대적광전 앞에 다다랐을 때는 그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리고 장경각 앞에서의 반야심경 봉독은 가슴 깊이 놓아졌다.
삼보일배를 회향하고 학인 스님들은 강주 스님께 감사하다는 말만 남긴 채 총총히 사라졌다. 삼보일배가 수행과정에 어떻게 작용할까? 그 마음 깊이를 엿볼 길이 없지만 ‘감사하다’는 말의 여운 속에 감히 삼보일배의 맛을 짐작해본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수행프로그램
해인승가대학장 법진 스님은 학인 스님들이 수행자로서 진정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기위한 방편으로 삼보일배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인승가대학은 지난해 교육과정이 전면 개편됐다. 지난 1년간 새로운 교육과정을 꾸려오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시행착오를 거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결과 경전을 배우고, 토론하며 생각하게 하는 데는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숙제만 집중하다보니 자신을 진정 되돌아 볼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수행자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삶과 수행에 도움이 돼야 한다. 스님은 어찌 보완해야 하는가 고민 끝에 삼보일배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님은 2006년 5월 중국 광화사 총림에 있을 때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삼보일배를 해인승가대학의 수행프로그램으로 도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광화사는 당시 광화사는 매주 토요일마다 삼보일배를 하고 있었는데 법진 스님도 무작정 따라했다고 한다. 처음엔 쭈빗 거리며 따라했는데 하다보니 내가 잊어지고 내가 버려지는 것을 체험하게 됐다. 3차례 정도 해봤는데 좋은 수행경험이 됐다.
스님은 “지난 하안거때 부터 도입을 해보려고 했으나 사중에도 알리고 학인들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이번 학기에 승가대학 수행 프로그램으로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 “재가불자의 참여는 상관 않겠습니다”
법진 스님은 “원한다면 재가불자들도 학인스님과 함께 삼보일배에 동참해도 좋다”고 말했다. “학인 스님들이 수행의 기회를 만들었으니 사중에서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기회의 마련이 시주의 시은을 같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삼보일배 해보면 안다.
“삼보일배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삼보일배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스님의 답변이다. 스님은 “하다보면 스스로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스님은 시작할 때 학인 스님들께 따로 이른 말이 없다.
“느리게 할 것이며, 조급증을 버리라”고 말했을 뿐이다. “하다 보면 스스로 알게 된다는 것”이 스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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