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행자실-가장 특별한 여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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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10-08-04 10:04 조회13,263회 댓글0건본문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올해 3월 스님이 되기 위해 합천 해인사로 출가해 화제를 모았던 차창룡(44) 시인이 행자 생활을 소개한 첫 글을 공개했다.
차 시인은 최근 발간된 해인사의 월간지 '해인(海印)' 8월호에 '동명'이라는 법명과 함께 실은 기고문 '출가 -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여행'에서 늦은 나이에 출가해 하루하루 절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는 소회를 담담하게 전했다.
그는 스승 지홍스님(불광사 회주)의 소개로 해인사 강원을 찾아 삼천배를 끝내고 삭발식을 한 후 행자생활을 시작한 과정을 적은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
"나는 지금 아주 특별한 곳에서 여행 중이다. 지난 인연을 잠시 접고 전화도 되지 않고, 편지를 보낼 수도 없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오지에서 상상 속에서만 꿈꾸었던 세계를 몇 개월째 체험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오랫동안 그려왔던 세계였던가. 그럼에도 이곳으로 오기까지 나는 긴 세월을 보내야만 했고, 여러 번 망설여야만 했으며, 언제나처럼 한발 늦게 새로운 세상을 찾았다."
해인사 차창룡 행자의 모습<<월간 해인 제공>> |
그는 어색한 행자복을 입고,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해서는 안 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스님들과 이야기할 때 눈을 쳐다보면 안 되고, 해우소에 갈 때는 상의를 벗고 들어가야 하는 등 절집의 법도를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새로 배워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저녁 9시에 취침해 새벽 2시50분에 기상하는 꽉 짜인 일정으로 몸이 바쁘고 팔 다리, 어깨가 쑤시고 아프지만 마음은 오히려 한가해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썼다.
하지만 공양주 2개월을 거쳐 국을 끓이는 갱두 소임을 맡은 이야기, 선방스님들의 수발을 드는 이야기, 귀빈의 상을 따로 차릴 때 번거로움과 짜증을 느끼는 이야기 등을 전하면서 "마구니(魔軍ㆍ수행을 방해하는 악마, 방해꾼)의 군사력이 막강해지곤하며, 옛 여인에 대한 생각도 떨쳐버리기 힘든 마구니이다"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힘든 행자생활을 견디고 있는 것은 어쩌면 늦은 나이에 출가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속가에서 해볼 것 다 해보았는데 뭘 더 바랄 것인가. 결혼도 해봤고, 이혼도 해봤고, 직장도 여러 곳 다녔고, 긴 세월 대학에 몸담으면서 박사학위도 받았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도 해봤고, 글을 써서 명예도 얻었다. 이제 해보지 않은 것은 여법한 수행뿐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단한 신심도 아니고 대단한 원력도 아니다. 출가 전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여행이었던 불교성지 순례와 같은 여행을 지금 이곳 행자실에서 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글을 맺었다.
해인사 차창룡 행자의 모습<<월간 해인 제공>> |
차 시인은 1989년 등단해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나무물고기' 등의 시집과 '인도신화기행'을 펴냈고, 1994년에는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았다.
출가하면서도 활동을 접지는 않을 것임을 밝혔던 그는 출가하기 직전에 정리했던 시를 모은 시집 '벼랑위의 사랑'을 지난 4월 출간하기도 했다.
해인사 측은 4일 "차 행자는 이달 말 직지사로 옮겨 3주 간 교육을 받은 후 사미계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chae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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