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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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종찰 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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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당 - 인생


해인사벽화

끝없이 황량한 벌판에 한 나그네가 가고 있었다. 가도 가도 인가는 보이지 않고 길도 없는 벌판이었다.
그러한 나그네 앞에 한 마리의 사나운 코끼리가 나타나 달려 오고 있었다. 산더미같이 큰 코끼리가 단번에 밟아 죽일 기세로 달려옴으로 이 나그네는 살 구멍을 찾아 달아났다.
무작정 달아난다고 해서 코끼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겁에 질려 죽을 힘을 다해서 도망치던 나그네는 다행히도 한 우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침 그 우물은 빈 우물이었고 그 우물가에는 한 줄기의 넝쿨이 우물 안으로 내리 뻗어 있었다.
코끼리에게 쫓겨 어쩔 줄을 모르던 그 나그네는 급히 나무뿌리를 타고 우물 안으로 들어가 나무뿌리에 매달려 몸을 숨겼다.
당장에라도 밟아 죽일 듯이 뒤쫓아 왔던 코끼리는 좁은 우물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기에 우물 주변을 맴돌 수 밖에 없었다.
코끼리의 위험에서 몸을 피할 수 있게 된 나그네는 나무뿌리에 매달려 우선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우물 속을 휘둘러본 나그네는 소스라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윗쪽으로 쳐다보니 검은 쥐 흰 쥐 두 마리가 넝쿨의 윗 부분을 갉아 먹고 있었다.
나그네가 생명처럼 매달려 의지하고 있는 그 나무뿌리를 두 마리의 쥐가 갉아 먹고 있으니 오래지 않아 그 나무뿌리는 끊겨 밑바닥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그리고 사방의 우물 안 벽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나그네를 향하여 독을 뿜으며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고, 또 아랫쪽 우물 밑바닥에는 무서운 독룡이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겁에 질린 나그네가 급히 우물 밖으로 나갈려고 위를 쳐다보니 코끼리는 보이지 않고 우물 입구쪽에 연기가 자욱하고 불꽃이 튕겨 오르는것이 보였다.
들불이 일어나 휩쓸고 있는 것이었다.
윗쪽으로도 아랫쪽으로도 또 옆으로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한 줄기 덩쿨에만 의지하고 매달려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머리 위에서 두 마리의 쥐가 덩쿨을 감아 먹고 있으니 언제 끊겨 독룡이 있는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될지 몰라 나그네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마침 그때 다섯 방울의 꿀물이 나그네의 입술에 똑 똑 떨어져 입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나그네는 그 달콤한 꿀맛에 지금까지의 모든 두려움과 괴로움을 잊고 꿀물이 떨어진 쪽을 쳐다 보았다. 거기에는 꿀벌집이 있었다.
나그네는 입을 벌리고 꿀물이 벌어지기를 바랐다.
그때 나무가 흔들리는 바람에 꿀벌들이 놀라서 날아다니며 나그네의 얼굴과 머리를 쏘았다.
나무뿌리를 잡고 있는 손을 놓는다면 밑으로 떨어져 독룡에게 먹히고 말 것이며, 벌을 피하여 머리를 휘젓고 몸을 뒤틀다가는 네 마리의 독사에게 물릴 것이다. 성난 코끼리와 들불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나그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이 이야기는 사람이 사는 참 모습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가르침이다.
이 비유에 나오는 나그네는 바로 우리들 인생이며, 황량한 벌판은 무명의 긴밤(無明長夜)에 비유하고 코끼리는 무상(無常)에, 우물은 생사의 험난한 이 세상에, 한줄기 덩쿨은 생명에, 검은 쥐 흰 쥐 두 마리는 낮과 밤에, 덩쿨을 쥐가 갉아 먹는 것은 순간순간 늙어가는 것에 네 마리 독사는 우리의 육신을 구성하는 사대(四大; 흙, 물, 불, 바람의 네가지 요소)에, 다섯 방울의 꿀은 오욕(五欲; 재물, 애욕, 음식, 명예, 수면 등의 다섯가지 욕망)에, 벌은 삿된 생각에, 들불은 노병(老病)에, 독룡은 죽음에 각각 비유한 것이다.

위의 이야기는 불설비유경(佛說醫輸經)에 나오는 인생에 대한 비유이다.
우리들 어리석은 인생은 삶의 참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되고 그릇된 생활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그것은 마치 우물속의 그 무시무시한 고통을 잊고 꿀물 빨아먹는 데에 정신을 잃는 나그네와 같다는 것이다.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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