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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종찰 해인사

사자후

납자들이여, 밥을 먹으러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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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3-12-15 10:10 조회1,8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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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정·해인총림 방장 법전 스님 -

271_2.jpg백운영리소가가白雲影裏笑呵呵하니
양수지래부여타兩手持來付與他로다
약시금모사자자若是金毛獅子子인데
삼천리외견요와三千里外見訛하리라
흰구름 그림자 속에서 깔깔대고 웃으니
두 손으로 들고 와서 그대에게 전해 주었네.
만약 황금털을 가진 사자새끼라면
삼천리 밖에서도 어려운 곳을 알아차리리라.

금우金牛 화상은 항상 공양 때가 되면
밥을 들고서 큰방 앞에 가서 춤을 추고 깔깔 웃으며 말했습니다.
“납자들이여! 밥을 먹으러 오라.”
뒷날 어떤 납자가 장경혜릉長慶慧稜 선사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고인이 말한 ‘납자들이여! 밥을 먹으러 오라’고 한 뜻이 무엇입니까?”


“마치 재齋를 마친 후에 경하慶賀하며 축원하는 것과 같느니라.”

나중에 그 납자가 또 대광거회大光居誨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장경이 재齋를 마친 후에 경하하며 축원하는 것과 같다고 한 뜻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대광 스님이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자 그 납자가 대광 스님에게 절을 하였습니다.
“너는 무엇을 보았기에 나에게 절을 하는가?”
이에 그 납자가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자 대광 스님이 말했습니다.
“이 앵무새같이 흉내나 내는 멍청한 놈아!”

아침에는 죽을 먹고 한낮에는 밥을 먹는 것이 우리의 살림살이입니다.
이는 해제이건 결제이건 봄이건 가을이건 변함없는 선가의 일상생활이기도 합니다.
조사선祖師禪의 생명은 일상성입니다.
그래서 늘 마조馬祖 선사는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고인들은 공양을 앞에 두고서도,
또 함께 먹으면서도 서로의 기봉機鋒을 겨룰 때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금우 스님이었기에 같은 마조회상에서 공부하고 있던 방 거사龐居士에게도 한소리를 합니다.

금우 스님이 밥을 나누는 진지進旨를 하면서 방 거사에게 물었습니다,
“마음에 경계를 일으켜 밥 받는 것을 이미 유마 거사가 꾸짖었다.
가섭 존자가 부자를 버리고 가난한 집만 복을 짓게 해주려고
골라서 탁발을 다닌 이 이치를 벗어난 거사는 만족스러운가?”
“그것을 꾸짖은 유마가 어찌 본분종사가 아니겠는가?”
이에 선사가 물었습니다.
“그 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러자 거사가 말했습니다.
“밥이 입가에까지 왔다가 다시 남에게 빼앗겼도다.”
이에 금우 스님이 얼른 진지進旨를 계속하였습니다. 그러자 방 거사가 말했습니다.
“한 마디도 필요치 않구나.”

반야의 보검을 종횡으로 휘두르니 그 칼날 앞에 언어가 끊어지고, 밝은 거울을 높이 걸어두니
언구言句 속에서 비로인毘盧印이 나옵니다. 평온하고 고요한 경지에서 옷 입고 밥 먹으니,신통력 부리는 곳에 무엇 때문에 머물겠습니까? 이런 이치를 분명히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 이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그때마다 삼십방망이를 맞아야 할 것입니다.

단하천연丹霞天然 선사가 어떤 납자에게 물었습니다.
“어디서 오는가?”
“산 밑에서 옵니다.”
“밥을 먹었는가?”
“먹었습니다.”
“그대에게 밥을 준 이가 안목眼目이 있던가?”
이에 그만 그 납자는 말문이 막혀 대꾸하지 못했습니다.

설봉雪峰 스님이 동산洞山 선사 회상에서 별좌소임을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동산 스님이 물었습니다.
“별좌는 무슨 도리를 얻었길래 날마다 죽과 밥을 먹는 시간이 똑같은가?”
“별을 보고 달을 봅니다.”
“그렇다면 갑자기 날이 흐리고 비가 오면 어찌 하는가?”
이에 그만 설봉 스님은 말이 막혀 버렸습니다.


본래 거울(古鏡)은 언어 이전이기 때문에 조금도 조작이 필요치 않다고 하였습니다.
참공부인이라면 평소에도 격외格外에서 자유자재自由自在해야만
본분종사本分宗師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언어에 의거한다면 허물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흉내만을 내다가는 이렇게 눈 밝은 선지식의 점검에 걸려들기 마련입니다.

석제石梯 화상이 어느 날 시자가 발우를 들고 공양간에 오는 것을 보고는 불렀습니다.
“어디를 가는가?”
“공양하러 갑니다.”
“내가 어찌 공양하러 가는 줄을 모르겠는가?”
“그 밖에 무슨 말씀을 해야 합니까?”
“나는 그대에게 본분사를 물었을 뿐이니라.”
“본분사라도 역시 공양간에 가서 밥을 먹는 일입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습니다.
“과연 나의 시자답도다.”

조주종심趙州從 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제가 총림에서 첫철입니다. 스님께서는 잘 가르쳐 주십시오.”
“죽을 먹었는가?”
“먹었습니다.”
“그러면 바루를 씻어라.”
이에 그 스님은 그 자리에서 활연히 깨쳤습니다.

밥만 축내는 납자가 아니라 공부하는 납자임을 눈 밝은 이는 알아봅니다.
‘금우반통金牛飯桶’ 공안의 주인공 금우 선사는 마조 선사의 법을 이은 대선지식입니다.
그는 점심 때가 되기만 하면 공양통을 들고서 승당 앞에서 춤을 추고서 껄껄대며 말하였습니다.
“납자들이여! 밥을 먹어라.”
이같은 소리를 하루이틀도 아니고 줄곧 20년 동안 하였던 것입니다.
언제나 공양 때가 되면 항상 종을 치고 목탁을 두드리는 것도 밥 때를 알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 시간에 공양통을 들고 와서 숱한 재주를 피우고 있는 것이겠습니까?
금우 스님이 미친 것입니까? 아니면 법문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렇게 해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한 것입니까?
이에 대하여 장경 스님은 ‘마치 재齋를 마친 후에 경하慶賀하며 축원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고,
대광 스님은 그 말을 듣고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렇다면 장경과 대광이 고인의 뜻을 제대로 함께 밝힌 것입니까?


금우 스님이 손수 밥을 짓고 춤을 추면서
사람들에게 밥을 먹으러 오라고 한 뜻이 참으로 무엇인지 알겠습니까?
이번 철의 결제대중은 정진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발우를 펴고 공양을 하면서도
늘상 이 화두를 놓치지 말고 항상 참구하시기 바랍니다.

대이공양도승당待伊供養到僧堂하야
늑하삼권막교량肋下三拳莫較量이어다
보청무시제박수普請舞時齊拍手하니
불연과립막승당不然顆粒莫承當이리라
밥을 들고 큰방 앞에 이르렀을 때
옆구리를 세 번 때려 분별치 못하도록 하라.
여럿이 춤출 때 모두가 손뼉을 쳐라
그렇지 않으면 낟알 한 톨도 얻어먹지 못하리라.□


2547(2003) (음)10.15 동안거 결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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